말도 많고 탈도 많은 새만금 잼버리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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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퍼온 글 ]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새만금 잼버리대회장에 다녀왔다. 대회장이 마치 ‘재난 상황’인 것처럼 알려지고 있지만 가서 본 실상은 좀 달랐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에도 불구하고 참가자들의 표정은 밝아 보였다. 발갛게 익은 얼굴로 각국의 체험 부스를 둘러보거나 새로 사귄 친구들과 기념 사진을 찍었다. 유쾌한 함성 속에서 영내 바닷가에서 뗏목 만들기 등의 체험을 즐기기도 했다.
사람들이 가장 큰 오해는 참가자들이 하루 종일 잼버리 대회장 텐트 안에서 생활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아침 식사를 마치고 9시에 제공되는 도시락을 챙겨 영외로 이동해 각자 선택한 체험 활동을 즐긴다. 바다에서 래프팅을 하기도 하고, 직소천에서 물놀이를 하고 카약을 탄다. 에어컨이 나오는 실내공간에서 한지 체험 등 다양한 공예 체험을 즐기기도 한다. 전주 한옥마을이나 부안 위도 등 인근 지자체의 관광 명소를 방문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이들이 어디서건 환대 받고 있음은 물론이다. 알려진 것만큼 ‘지옥도’도 아니고, 생각하는 것만큼 ‘나라 망신’도 아니니 크게 걱정하지 마시란 얘기다.
잼버리대회는 야영 행사다. 쾌적한 호텔에 묵으면서 관광하는 행사가 아니다. 야영은 불편하다. 물론 폭염 속에서 새만금 벌판에서의 야영은 쉽지 않다. 하지만 가서 보니 참가자들이 ‘정신력으로 이겨야 할’ 정도까지는 아닌 듯했다.
일부 참가자의 SNS를 인용한 보도가 넘쳐나면서, 사소한 일이 부풀려지고, 일부의 상황이 전체의 문제처럼 알려지면서 부풀려진 측면이 없지 않다. 이를테면 시설 중 남녀구분이 없는 일부 ‘성중립’ 샤워실과 화장실을 놓고 ‘남녀 구분도 없는 화장실’ 운운하며 시설 미비를 비판하는 식이다. 심지어 여성가족부가 페미니즘적 시각으로 ‘해괴한 화장실’을 만들었다는 비난까지 나돈다. 성 중립 화장실과 샤워실은 세계스카우트연맹이 제시했던 이행 조건이었다.
편의점 바가지 요금을 지적하는데, 다들 잘 모르시나? 편의점의 원래 가격이 그렇다. 잼버리 영내 편의점 물건 가격 몇 개를 비교해보니 시중 편의점과 똑같았다. 다만 좀 비싸게 느껴졌던 건 편의점이라면 늘 있는, 1+1이나 행사 상품이 없기 때문이었다. 높은 가격이 문제라고 한다면 바가지가 아니라, 지나치게 높은 우리나라 편의점 물가의 죄다.
이런 열악한 기후 상황이라면 이문을 남기지 않고 물건을 파는 걸 고려했더라면 어땠을까. 손실 부분은 재정지원으로 메꿔주는 방안은 없었을까.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편의점을 ‘지역축제장에서 옛날 과자를 팔며 폭리를 취한 악덕상인’처럼 취급하는 건 아닌듯했다.
곰팡이 달걀 제공은 극도로 주의해야 할 위생에 구멍이 뚫린 사건이었다. 우연이긴 하지만 천만 다행스럽게도 참가자가 아니라 운영요원들에게 제공된 것이었다. 달걀은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은 아니었다. 검수가 제대로 안된 것이다. 절대로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
아직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 웰컴센터의 주차장 문제다. 다들 잘 모르는 것 중 하나가 잼버리대회장의 델타공간이 일반인들에게 공개된다는 것이다. 누구나 입장료 2만 원을 내면 다양한 전시와 체험이 이뤄지고 있는 행사장에 들어가볼 수 있다.
관람을 위한 일반인 차량이 밀려 들어 오는데 차량을 안내하거나 관리하는 인력이 아예 없다. 안전문제가 이슈가 되면서 인력이 그쪽으로 다 재배치 된 탓이다. 사람들이 인도고 뭐고 할 것 없이 아무 곳에나 차를 대고 있다. 가히 ‘주차 무정부 상태’다.
주차문제 뿐만 아니다. 진행 요원들은 거의 모든 상황에서 우왕좌왕했고, 조직위의 대응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서툴렀다.
화장실 문제는 조직위의 준비가 얼마나 허술했는지를 여실히 증명해 보이는 사례다. 애초에 청소용역업체와 화장실을 너 댓 시간마다 한 번씩 청소하는 조건으로 계약한 듯했다. 마치 무슨 사무실 청소를 하는 듯 한 것이다. 상황을 몰라도 너무 몰랐다. 화장실은 금세 엉망이 됐는데도 치우는 사람이 없었다. 항의가 빗발치니 저녁시간에 부안군청 공무원까지 청소에 동원됐다. 부랴부랴 인원을 추가 투입하고 청소 간격을 2시간으로 조절했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화장실마다 전담 청소인원을 배치해 지속적으로 관리했어야 했다. 이 부분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화장실 문제는 예측이 어려웠던 것도 아니다. 전적으로 조직위가 책임져야 할 문제다.
영외활동 공간의 화장실 청소는 자원봉사자 몫이었다. 자원봉사자라고는 하지만 참가비를 다 내고 참가한 스카웃 지도자들이다. 130만 원을 내고 왔다는 66세의 한 스카웃지도자는 하루 종일 화장실 청소를 기꺼이 한다. "젊은 자원봉사자들에게 화장실 청소를 하라고 하면 ‘내가 그걸 하러 왔냐’며 손사래를 친다"며 웃었다.
가장 먼저 ‘잼버리대회 중단’을 주장한 건 해창갯벌 매립을 반대해온 시민단체 회원들이었다. 이들은 지난 목요일 대회장 프레스센터 앞에서 잼버리대회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 전에 프레스센터에 들어와서 시위에 쓸 피겟을 만들었다. ‘이 폭염은 기후위기’‘아동권리협약 위반’‘열사병이 성장통이냐’는 등의 문안이었다.
이들의 주장은 ‘갯벌을 매립한 생태 학살의 현장 위에 잼버리 대회를 개최한 것부터가 잼버리 정신을 위배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잼버리대회 이전부터 각국 대표단에 지속적으로 ‘대회 불참’을 독려해왔다.
오늘 오전에 디스패치가 자랑스럽게 ‘그 텐트에 잠입했습니다’ 운운하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잼버리대회에는 엄격한 취재 가이드라인이 있다. 초상권부터 인터뷰 원칙까지 규제가 좀 지나치다 싶은 정도인데, 읽어보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다 싶다. 그중 인터뷰 가이드 라인의 일부를 간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잼버리 정책상 기자와 참가자가 1:1로 있을 수 없음. 청소년들과 접촉을 하는 동안에는 항상 두명의 성인이 참석하여야 하고,청소년을 혼자 텐트 등 한적한 곳에 데려가지 않아야 함."
참가자들의 숙박 공간인 영지는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하게 통제한다. 취재를 위해 사전 허가를 받은 경우리도 예외 없이 보안요원이 동행해야 한다.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그런데 기자가 영지로 몰래 들어간 것을 넘어 참가자들의 텐트에 무려 ‘잠입’을 했단다. 기사에서 "‘특기’를 살려서 텐트 안으로 잠입했다"고 썼다. 이게 얼마나 자랑스러웠는지 기자가 텐트 안에 있는 사진까지 찍어서 보도했다. 제 정신인가? 이거야 말로 기가 막힐 노릇이다.
기자는 필요하다면 대회장 ‘델타구역’에 들어가 취재를 할 수 있다. 여기에서 참가자들과 만날 수 있고 얼마든지 얘기를 들을 수 있다. 기사는 확증편향으로 가득하다. 기사에서는 "곰팡이 달걀을 ‘학생’에게 지급했다"고 썼다. 왜 ‘참가자’가 아니라 ‘학생’이라고 썼을까. 지급 대상은 ‘참가자’가 아니라 ‘운영요원’이기 때문이다. 오독의 의도. ‘학생’이라고 쓰면 거짓말은 아니지만, 독자들은 그걸 ‘참가자’로 이해한다는 걸 알았겠지…. 영악하기 짝이 없다.
-한 중앙일간지 기자의 페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