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통행료 징수, 등산만 해도 ’문화재 관람료‘를 내야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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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시오, 스님네들!

속이 좀 이제 시원해지셨소? 


한겨울, 산사에 계셔야 할 분들 수천 명이 서울 한 복판에서 모여 힘 좀 과시하니, 사는 맛이 나시오?

윤석열이가 뭐 대통령 되면 스님들한테 떡값이라도 준다고 하던가요?


에이 양반들아~

혹시, 혹시나 싶어서 묻는데, 부끄러워 숨고 싶은 스님은 안 계시요?


28년만에 뭉치는 명분을 그리 삼았습디다. '종교편향, 불교 왜곡 근절과 한국 불교 자주권 수호를 위한 전국 승려대회‘ 

허허! 난 우습소. 어디 법난(法難)이라도 벌어졌소?


총칼로 억압하던 전두환이라도 돌아왔소? 

왜 악이 중생을 핍박할 땐 아무 소리 안 하다가 이 시점에 야단에 법석을 떨었는지 백 번을 생각해도 알 수가 없소이다. 

자비, 자비 외치는 분들이 사과하러 간 사람들도 돌려보냈다지요? 

나는 소위 전국 승려대회라는 게 있던 날부터 참선을 해도 부끄럽고 불경을 읽어도 부끄러워서, 어디 숨고만 싶더이다.

그러다 더 참으면 화병이 될 것 같아 몇 마디 지껄이오.


먼저 묻는데, 혹시 지금이 동안거 철 아니오? 

음력 시월 보름부터 이듬해 정월 보름까지 스님네들 산문 출입 자제하고 수행 정진하는 걸로 아는데, 내가 잘못 아는 것이오? 

혹시 그새 절집 법이 바뀌었소? 스님네들! 선방에 결가부좌로 용맹 정진해야 할 분들이 대처에 수 천명씩 모일 수도 있는 것이오?
산 중에 앉아 참선하는 스님들은 따로 있으니 걱정말라고 하고 싶은 게요? 이판승과 사판승이 엄연히 나뉘어져서, 역할을 분담한다고 말하고 싶은 게요? 아니면 이미 10안거, 20안거 마치고 도를 이뤘으니 더 이상 선방에 안 들어도 된다는 거요? 안거가 무슨 자격증 따는 일이오? 그것도 아니라면 정권 성토하는 게, 수행의 꽃이라는 안거보다 더 급한 일이었소? 어찌 선방에 드는 것만 안거겠소? 


’봉이 김선달‘이란 말이 수천 명을 움직일 정도로 그리 서러우셨소? 

“어리석은 중생이니 그런 말도 하지, 그래서 부처님이 계신 거지”하면서 껄껄 웃으면 안 될 일이오? 

그런 말이 왜 나왔는지 생각들은 해보셨소? 지금은 바뀌었기를 바라지만, 나도 오래 전 피아골에 취재 가는데 왜 들르지도 않은 절집에 ’문화재 관람료‘를 내야 하는지 억울했던 적이 있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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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이 절 땅이기 때문이라고요? 

그 땅 부처님이 사줬소? 

스님이 메고 태어났소? 

시비 걸다 걸다 걸다, 해외 나간 대통령이 다른 종교의 수장에게 예를 표하고 미사 참석한 걸 가지고 종교 편향이라고 비웃고 사과하라는 스님들은 대체 어디에서 온 분들이오? 잘못은 당연히 시정을 요구하고 고쳐야 하지만 떼로 모여 눈을 부라릴 건 아니라고 생각하오.


어리석은 내 눈에는 그리 보입디다. “나 여기 있다”고 “뭐 좀 내놓으라”고 떼쓰는 아이처럼 보입디다. 

하필 선거철이지요. 과전불납리 이하부정관(瓜田不納履 李下不整冠, 

외밭에서 벗어진 신발끈을 매지 말고, 오얏나무 밑에서 관을 고쳐 쓰지 말라) 이라던 옛사람의 가르침도 생각나더이다. 

내 눈에는 투표권 가진 불교 신자 등에 업고 압력 한 번 행사하는 것으로밖에 안 보이더이다. 불교 신자가 스님들 지휘봉을 따라 우르르 몰려다니며 표를 찍을 정도로 그리 어리석은 사람들인가요? 내 시각이 심히 틀렸다면 부처님 앞에 삼천 배로 사죄드리리다. 스님네들. 

그러는 거 또한 욕심이 아닌지요? 

우리가 왜 부처님 앞에 엎드립니까? 

욕망을 버리고 참 나를 만나기 위한 게 아닌가요? 

부처를 닮아가다, 끝내 부처가 되기 위한 게 아닌가요? 

그 치열하던 초발심은 어디 버리고 왔소이까?


오온(五蘊)이 공하다 했거늘, 무엇을 잡으려 두 눈을 부릅 뜨는지요. 변하지 않는 건 없다고 배웠소이다. 

움켜쥔 것들은 끝내 흘러내린다고 들었소이다. 


나는 지금도 절에 가면 예불드리는 스님네들 벗어놓은 하얀 고무신이 진정 아름다워 무릎 꿇어 두 손으로 가지런히 놓고 합장하는 사람이오이다. 청아한 독경 소리가 온통 좋아서 마당 한가운데 서서 귀 적시고 가슴 적시고 눈시울 적시는 사람이오이다. 

부끄럽고 또 부끄러워 불교 신자라고도 못하고, 감히 신도증 하나 못 만들어 사찰 취재를 갈 때도 꼬박꼬박 입장료를 내는 사람이오이다. 

부처님만 생각하면, 가슴에 자비심이 샘물처럼 고이고 저절로 두 손이 모아지는 사람이오이다. 

많은 재가불자들이 그런 마음으로 신행하고 있소이다. 그들에게 부끄럽지 않소이까?


스님네들. 지금 중생들은 오랜 역병으로 신음하고 있소이다. 

모여서 내 말을 들으라고 외치지 말고, 부처님 앞에 엎드려 중생들의 고통을 덜어달라고 기도라도 하는 게 어떻겠소이까? 

아니 꼭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되겠소이다. 이왕 모여앉을 거 같으면 먼저 불교정화부터 외치시는 게 어떻겠소이까? 

스님네들이 둘러앉아 화툿장 돌리는 타락을 개탄하고 참회하고 기도하는 게 더 낫지 않겠소이까? 스님네들! 

눈길을 갈 때조차 어지럽게 걷지 말라던 옛 선사를 꿈에서라도 만나면 어쩌시려고 그리 하시오? 

할(喝)!! 머리에 주장자 내리치는 그 꾸짖음 어찌 감당하시려오?


오늘 아침 드신 공양 누가 키워 누가 스님 상에 올렸소이까?


*이 글이 불교 전체를 비난하는데 쓰이지 않기 바랍니다. 지금도 선방에서 용맹 정진하는 스님들에게 누가 되지 않기 바랍니다. 저는 여전히 부처님 닮기를 소망하는 사람입니다.


- 페북 이호준님의 글 https://www.facebook.com/sagang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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