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해경(山海經)
작성자 정보
- 관리자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 199 조회
- 목록
본문
- 작가
- 예태일, 전발평
- 출판
- 안티쿠스
- 발매
- 2008.04.10
[독서후기]
ㅇ '13.6.30(P471)
산해경은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백과전서로, 책의 내용이 하도 방대해서 감탄을 자아낸다. 지리, 역사, 문학, 철학, 민속, 동물, 광물, 의약까지 총망라했다. 지금까지 전해지는 서적 중에 가장 신기하고 괴이한 불후의 명작이다.
중국 고대에 나온 이 책을 누가 만들었는지 정확히 알려지진 않았으나 진시황제는 이 책이 전략적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깊숙이 감추고 열람하지 못하게 했다. 그후 한나라 유향, 유흠 부자가 정리한 것이 오늘날 '산해경(山海經)'이다. 한마디로 비범한 상상력으로 무장한 고대 백과 전서다.
내용은 계속 중복 반복된다. 예를 들면 ㅇㅇ경은 ㅇㅇ산에서 ㅇㅇ리가면 ㅇㅇ산이 나오는데 ㅇㅇ나무, 수정 등이 많다 식이다. 그런데 묘한 매력이 있다. 나의 상상을 넘어선다. 동물과 사람이 혼합되고 여러 모양으로 변형된다.
우리나라 관련 내용도 눈에 들어온다. 동이족의 명사수 ‘예’가 등장한다. 일종의 영웅신화인데, 요임금 시절이 배경이다. 당시 하늘에는 동방의 천제 제준과 태양의 여신 희화 사이에서 태어난 10개의 태양이 부상(扶桑)이라는 뽕나무에 등불처럼 걸려있다가 제멋대로 떠올랐다. 덕분에 지상의 산천초목이 타오르기 시작하자 요임금은 제준에게 도움을 청하고, 제준은 동방의 신궁 예를 지상에 파견한다. 예는 9개의 태양을 떨어뜨린 후에야 활쏘기를 멈추고, 비로소 자연의 질서가 회복된다.
신달자 시인이 지식인의 서재에서 내인생의 책으로 추천한 책 중 한권이<산해경>인데, 이렇게 이야기 한다. "여기는 우리가 주변에서 볼 수 없는 동물들이 나옵니다. 이상한 새들, 동물들, 말하자면 신화 속의 동물들이에요. 하나하나 읽으면 ‘아, 한 존재가 생기 것은 반드시 운명 같은 게 아닌지도 모른다’,라는 운명론을 약간 비껴 나가게 하는 그런 책입니다. 그 중 하나로 봉황이 나와요. 봉황은 우리가 굉장히 좋은 것으로 받아들이는 새잖아요. 이 봉황은 모든 생김새가 자기 자신을 위한 게 아니라 타자를 위해서 되어 있는 새라고 해요. 봉황이 가지고 있는 발톱이라든가 머리, 날개 이런 것은 자신을 보호하기 보다는 타자를 보호하게 생겼다고 해요. 또 아주 괴팍하게 생긴 새, 물고기, 별의 별 게 나오는데 그 이상한 거기에 우리의 생각과 버릇, 또 우리들의 꿈이 있어요. 이렇게 생긴 것이 결국은 계속해서 진화해서 아름답고, 인간 사회를 따뜻하게 하는 것으로 가는 것입니다. 저는 이 책을 가끔 꺼내 읽어 보는데요. 이상하게 생긴 이런 것들을 하나 읽어 보면 뭔가를 깨우치는 게 있어요. 신화라는 것이 우리에게 이미 있었던 일이었는지, 또 앞으로 미래를 바라보면서 만드는 이야기인지 잘 모르겠지만 ‘이것은 바로 오늘 이 시간에 내가 읽어야 할 것들이다’ 이렇게 생각하게 만들어요.정말 오래된 중국의 신화집인데도 불구하고, 한국에 사는 한 사람이 읽고 있으면 ‘아, 이것은 나를 위해서 썼구나’ 이런 생각을 느끼게 해주는 그런 책이었다고 할 수 있어요."
그럼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산해경을 번역한 정재서 이화여대 교수이야기가 정답이다. 산해경을 번역한 나는 여기에서 도연명(陶淵明)4)이라는 중국의 위대한 시인이 『산해경』을 어떻게 읽었는지, 그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도연명은 「산해경을 읽고」라는 시를 남겼는데 거기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반갑게 봄술 기울이며, 터밭의 푸성귀를 뜯네. 보슬비 동쪽으로부터 나리고, 훈풍도 더불어 불어올 제. 『목천자전(穆天子傳)』을 두루 보고,
『산해경』을 훑어보네. 잠깐 사이에 우주를 돌아보게 되니,
진정 즐거운 일이 아니고 또 무엇이겠는가? 도연명은 지금부터 1,500여 년쯤에 살았던 전원시인이다. 그는 농사일을 하다가 집에 돌아와 『산해경』을 훑어본다. 이 '훑어보네'의 원문은 '유관(流觀)'으로 되어 있다. 즉 "물이 흘러가듯이 본다"는 뜻이다. 물이 흘러가듯이. 그렇다! 자연스럽게 이미지를 따라서 읽어나가라는 뜻이 아니겠는가? 『산해경』을 읽을 때 당신은 심각하게 의미를 탐구할 필요는 없다. 그저 물 흐르듯 이미지에 몸을 맡기면 될 것이다. 그럴진대 당신은 부지중 『산해경』의 원초적 이미지들을 장악하게 될 것이고 그때 당신의 묻혀 있던 상상력이 잠에서 깨어나 가공할 위력을 발휘하게 될지도 모른다. 도연명은 이미 "잠깐 사이에 우주를 돌아보게" 되었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무더위와 장마로 혼란스러운 바로 이때가 읽기에 딱 좋은 책이다. 원초적이고 잠재된 우리의 의식을 깨우는 또다른 독서의 기쁨을 누리게 된다고 확신한다
[밑줄치기]
ㅇ 산해경은 특정 분야에 속하지 않고 모든 분야에 속한다. 산해경은 신기하고 상상력도 풍부한 아주 오래된 책이다
ㅇ 이 산에는 봉황(鳳凰)이라는 새가 사는데, 닭처럼 생겼지만 화려한 오색 깃털을 지녔다. 머리의 무늬는 '덕(德)'자의 모습을, 날개의 무늬는 '의(義)'자의 모습을, 등의 무늬는 '예(禮)'자의 모습을, 가슴의 무늬는 '인(仁)'자의 모습을, 배의 무늬는 '신(信)'자의 모습을 하고 있다 .수컷을 봉(鳳)이라 하고 암컷을 황(凰)이라 부른다
ㅇ 또한 이 산에는 앵무(鸚鵡)라는 새가 있다. 생김새는 부엉이와 흡사하나 청색 깃털에 붉은 부리가 있으며, 사람 혀와 같은 혀를 지녀서 사람의 말을 한다
ㅇ 황제릉(皇帝陵)은 양어(陽魚)의 물고기 눈처럼 양의 속 음점(陰點)에 해당된다. 양 중에 음이 있고 음 중에 양이 있으니, 음양 두 기운이 서로 조화를 이루어 전지의 정화가 집결되어 있다
ㅇ 무(巫)자는 두 사람이 하늘을 오르내리는 모습 혹은 두 사람이 손에 기구를 들고 천지를 측량하는 모습 같다. 이 둘은 무사의 2가지 직능으로, 하나는 인간과 천지의 신귀를 소통하게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무술 이외에 과학과 기술발전에 종사하는 것이다
ㅇ 사람들이 습관적으로 아내의 아버지를 태산(泰山)이이고 부르는 이유는 태산에 장인봉(丈人峰)이 있기 때문이다
ㅇ 제 생각으로는 세상의 모든 일이 습관 아닌 것이 없습니다. 습관이 된 후에는 힘들거나 힘들지 않은 것도 없게 되고, 편리하거나 불편한 것도 없게 됩니다. 설령 불편하다고 해도 반드시 다른 방법이 있기 때문에 힘들다고 할 수 만은 없을 것입니다
[기사모음1]
『산해경』이 답하다 … 서구 콤플렉스 벗어나게 해 줄 동양신화의 보고
[중앙일보]입력 2012.11.10 00:49 / 수정 2012.11.10 00:49
[책과 지식] 동양고전에 묻다 ④ 왜 지금 다시 상상력인가
도연명 “잠깐 사이에 우주를 돌아본 듯 했다”는 그 책
창의성이 강조되는 시대입니다. 무엇인가를 만드는 힘, 그것은 바로 상상력에서 시작합니다. 비단 문학만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닙니다. 스티브 잡스는 남의 것을 베끼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중앙일보와 플라톤아카데미가 함께하는 ‘동양고전에 묻다’의 이번 주제는 ‘왜 지금 다시 상상력인가’입니다. 신화집 『산해경』을 살펴봅니다.
아르헨티나 작가 보르헤스(1899~1986)의 『상상동물 이야기』에는 동서고금의 이상한 동물이 출현한다. 그러나 괴짜의 대가 보르헤스도 경탄을 금치 못할, 『상상동물 이야기』의 원조 같은 책이 있다. 다름 아닌 중국 신화집 『산해경(山海經)』이다.
기원전 3-4세기경 무당들에 의해 쓰여진 이 책에는 중국과 변방 지역의 기이한 신·인간·사물에 대한 기록과 그들에 대한 기괴한 그림이 함께 실려 있다. 보르헤스는 『상상동물 이야기』 서문에서 자기 책이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과 신을 정당화시켜줄 수 있을 것”이며 “모든 것의 총체, 즉 우주”라고 추켜세운 바 있는데 사실 이러한 찬사는 『산해경』에게 바쳐져야 할 것이다.
모든 이야기의 조상이자, 상상력의 근원인 신화에 대해 우리는 얼마만큼 알고 있는가. 그러나 그리스 로마 신화는 대개 알고 있지만 동양의 신화에 대해 아는 사람은 드물다. 그것은 황제(黃帝)가 제우스로, 서왕모(西王母)가 헤라로 대체돼 옛 동양의 신은 이제 ‘사라진 신’이 됐기 때문이다. 『산해경』에는 고스란히 이 신들이 남아 있어서 우리가 호출할 때 뛰어나와 무의식에 각인된 그들의 이미지를 환기시켜 준다.
『산해경』은 신화집이니까 물론 고전소설과도 다르다. 여기에 비하면 같은 신화라도 그리스 로마 신화는 너무나 인간중심적이고 구조도 소설처럼 잘 짜여 있다. 『산해경』은 온갖 신들과 괴물들이 제각기 출현할 뿐 일정한 줄거리가 없다. 파편화된 이미지의 행진일 뿐이다. 가령 다음 같은 구절을 보자.
‘다시 동쪽으로 300리를 가면 청구산이라는 곳인데 그 남쪽에서는 옥이, 북쪽에서는 푸른 흙이 많이 난다. 이곳의 어떤 짐승은 생김새가 여우 같은데 아홉 개의 꼬리가 있으며 그 소리는 마치 어린애 같고 사람을 잘 잡아먹는다. 이것을 먹으면 요사스러운 기운에 빠지지 않는다.’(남산경·南山經)
위의 예문을 보고 눈치 빠른 독자는 청구산에 사는 짐승이 무엇인지 알아차렸을 것이다. 그것은 구미호이다. 야담에서 많이 나오는 사악한 여우, 혹은 요사스러운 여자의 대명사인 구미호의 아키타입(archetype·원형)이 『산해경』에 있다.
『산해경』의 글은 이처럼 이미지에 의존한다. 끝없이 반복되는 ‘어디에 무엇이 있고’ 하는 식의 이야기, 그것을 계속 읽노라면 마치 무당의 주문을 암송하는 듯한 착각에 사로잡힐 수 있다. 지금 얼핏 본 한 구절에서 느꼈듯이 『산해경』의 단편적인 이미지 하나하나는 동양적 상상력의 원형이다.
동진(東晋)의 위대한 전원시인 도연명(陶淵明·365~427)은 ‘산해경을 읽고(讀山海經)’라는 시를 남겼다.
‘반갑게 봄술 기울이며(歡然酌春酒)/텃밭의 푸성귀를 뜯네(摘我園中蔬)/보슬비 동쪽으로부터 나리고(微雨從東來)/훈풍도 더불어 불어올 제(好風與之俱)/목천자전(중국의 신화서)을 두루 보고(泛覽周王傳)/산해경을 훑어보네 (流觀山海圖)/잠깐 사이에 우주를 돌아보게 되니(俯仰終宇宙)/진정 즐거운 일이 아니고 또 무엇이겠는가(不樂復何如).’
도연명은 농사일을 하다가 집에 돌아와 『산해경』을 훑어본다. 이 ‘훑어보네’의 원문은 ‘유관(流觀)’으로 돼있다. ‘물이 흘러가듯이 본다’는 뜻이다. 물이 흘러가듯이. 그렇다. 자연스럽게 이미지를 따라서 읽어나가라는 뜻이 아니겠는가.
『산해경』을 읽을 때 심각하게 의미를 탐구할 필요는 없다. 그저 물 흐르듯 이미지에 몸을 맡기면 된다. 그럴진대 우리는 부지중 『산해경』의 원초적 이미지를 장악하게 될 것이고 그때 우리의 묻혀 있던 상상력이 잠에서 깨어나 가공할 위력을 발휘하게 될지도 모른다.
도연명이 이미 ‘잠깐 사이에 우주를 돌아보게’ 됐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기사모음2]
[고전 톡톡 다시 읽기] (49) 中 인문지리서 ‘산해경’
세상에 이런 신기한 지도가? 이렇게 기괴한 동물이?
‘산해경’은 전국시대 중기에서 한나라에 이르는 동안 만들어진, 중국의 오래된 지리·의학·역술·신화 등의 보고이다. ‘산경(山經)’ ‘해경(海經)’ ‘대황경(大荒經)’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각각의 성격도 다르다. ‘산경’은 대륙의 산맥과 수원 및 동물, 식물, 광물 등의 분포를 그리고 있어 지리지의 성격이 강하다. ‘해경’과 ‘대황경’은 고대 중국 ‘해내외’ 이웃 민족들의 모습과 삶의 양상을 그리고 있는 인문지리서이자, 고대 중국의 원시 부족들이 갖고 있는 천지창조와 일월성신의 운행 등에 대한 원시 사유를 담고 있는 신화서이다.
|
세상에 이런 지도가 있을까, 아니 이렇게 기괴한 동물이 있을 수 있을까, 이렇게 이상한 세상이 있을까.
존재의 특징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면서도 그 신기한 세계상이 ‘그리고’와 ‘다시’로 무한하게 이어지면서 계속 생산되는 세계. ‘산해경’은 상상을 통해서 생길 수 있는 모든 신기하고 다양한 존재를 모두 담아낼 수 있는 세계의 다른 이름이다.
남서북동 그리고 중앙 순으로 시작되는 ‘산경’의 기술(記述) 패턴은 아래와 동일하다.
남산경의 첫머리는 작산(鵲山)이다./…/이 산에는 계수나무가 많고 금과 옥이 많이 난다. 이 산에 나는 어떤 풀은 모양이 부추 같은데 푸른 꽃이 핀다. 축여(祝餘)라고 하는 이것을 먹으면 배가 고프지 않다./…/이 산의 어떤 짐승은 긴꼬리원숭이처럼 생겼는데, 귀가 희고 기어 다니다가 사람같이 서서 두 발로 달리기도 한다. 이름은 성성(猩猩)이며 이 짐승의 고기를 먹으면 달리기를 잘 할 수 있다./…/서쪽으로 흘러 바다로 들어가는데 그 속에는 육패(育沛)가 많고 이것을 몸에 차면 기생충병에 걸리지 않는다(‘남산경’).
●中의 오래된 지리·의학·신화의 보고
이처럼 산 이름, 그곳의 광물과 식물, 나아가 기이한 동물의 모습이 하나씩 나열된다. 그러다 여기서 ‘다시 300리를 간다.’ 거기에 있는 산의 이름을 또 밝히고 다시 그곳에 매장되어 있는 광물과 동식물을 그려낸다. 그러다 ‘다시 동쪽으로’, 또 ‘다시 동쪽’으로 간다. 기술이 끝나고 ‘산해경’의 세계가 끝나고, 그 뒤를 ‘다시’ 우리의 상상력으로 채워도 세계는 이어진다. 흡사 두루마리가 펼쳐지듯이. ‘산해경’ 속 다양한 동물의 세계도 마찬가지다.
보르헤스가 중국의 한 백과사전을 인용하면서 말한 동물 분류처럼, ‘산해경’ 세계 속 존재들이 나열되어 있는 모습은 우리가 생각하는 세계상을 완전히 뒤집어 버린다. 지금의 눈으로 보자면 ‘산해경’의 세계는 어떠한 합리적인 존재의 이유와 필연성을 갖지 않는다.
| ▲ 촉음燭陰(胡文煥(明), ‘산해경도(山海經圖)’ 뱀의 몸에 인간의 얼굴을 가진 촉음이 눈을 뜨면 낮이 되고 눈을 감으면 밤이 된다. 또 그가 입김을 토하면 겨울이 되고 입김을 내쉬면 여름이 된다. 촉음은 물을 마시지도 음식을 먹지도 않으며 숨을 쉬지도 않는다. 그가 숨을 쉬면 바람이 된다. |
●새 머리·거북이 몸통·뱀 꼬리 가진 동물
‘산해경’ 속 신비한 동물들도 마찬가지다. 청웅황이 많이 난다는 어느 산에는 호랑이 무늬를 한 말(馬)이 있다. 머리는 희고 꼬리가 붉다. 말인가 했더니 이름이 녹촉(蜀)이란다. 말의 몸통을 가진 사슴! 그러나 당시 원시 인류가 알고 있던 사슴과는 달랐을까? 그 생김새가 이채롭다. 한편 하늘에는 꿩같이 생긴 새가 날아다닌다. 그런데 가만 보니 턱 밑의 수염으로 하늘을 난다! 그 밖에도 물에선 ‘뱀 꼬리에 날개를 갖고 있고 가슴지느러미를 달고 있는 소처럼 생긴 물고기(鯥魚)’, ‘새의 머리를 하고 살무사 꼬리를 한 거북이(선구·旋龜)’가 헤엄치고 있다. 기괴한 모습의 저 선구의 털가죽을 허리에 차고 있으면 귀가 멀지 않고 발이 부르튼 것을 고칠 수 있단다.
이처럼 ‘산해경’의 세계는 포유류, 조류, 어류, 파충류 등의 분류를 완전히 무시한 이질적인 것들이 날 것 그대로 ‘이어 붙어져’ 있다. 새의 머리에 거북이의 몸통, 여기에다 살무사의 꼬리를 하고 있는 선구. 서로 생뚱맞아 보이는 동물a와 동물b가 어떠한 위화감도 없이 하나가 되어 존재한다. 신기하게도 그것에 대해서 원시 인류는 어떠한 의문도 보이지 않는다.
인간을 다루는 방식도 동식물을 보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다. 지역마다 다른 사람들의 특이한 지점을 발견하고 그것을 부각시키는 방식을 중국의 해내, 해외에서 사는 부족들에게서 찾을 수 있다. 가령 삼신국(三身國), 일비국(一臂國), 관흉국(貫胸國), 기굉국(奇肱國) 등등. 삼신국은 머리는 하나인데 몸이 셋인 사람들이 사는 나라이고, 관흉국은 가슴에 구멍이 뚫린 채 살아가는 사람들의 나라이며, 일비국은 팔, 눈, 코가 하나밖에 없는 사람들의 나라다.
‘산해경’에서 이런 이야기들을 접하면서 옛 사람들은 계속 의문을 키워갔다. 그와 더불어 상상력도 커져갔을 것이다. 가슴에 뻥 뚫린 구멍은 왜 생겨났을까? ‘관흉’이라고 하였으니 구멍에 무언가를 꿴다는 말인데, 막대기를 꽂아 사람들을 들어 실어 나르는 것일까? 그럼 일비국은? 팔, 눈, 콧구멍이 하나밖에 없는 일비국 사람들의 모습은 사람을 반 토막으로 나누었을 때의 한쪽 모습인데, 그렇다면 이 나라 사람들은 어떻게 걸을까? 두 몸이 하나가 되어야 산다는, 혼자가 아닌 삶을 사는 자들이 곧 인간이라는 사고가 여기서 표현된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먼 나라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의 눈으로 그린 건가? 이에 대한 답은 사람마다 다 다를 것이고, 시대와 환경에 따라서도 다를 것이다. 그러니 지금 우리의 상상력으로 답을 내린다면 또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산해경의 세계=상식·개념 너머 세계
‘산해경’의 세계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열린 텍스트다. 이 기괴한 책은 우리에게 ‘이게 뭐지?’라는 질문을 하게 만들고, 자신이 갖고 있는 기존 상식과 개념 너머의 세계로 문득 빠져들게 한다. 그러다가 슬그머니 피어나는 생각, 나도 내가 갖고 있는 것들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겠구나!
우리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레고처럼 한 조각 한 조각 쌓고 붙여 얼마든지 새로운 것을 조합해낼 수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에 의해 나의 상상력이 제한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있는 것들을 조합하여 나의 상상력을 극대화하는 일이 가능하다. 내가 갖고 있는 얼마 되지 않는 앎으로도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낼 수 있고, 늘 보는 세상을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볼 수 있는 시각. 그것이 ‘산해경’의 기이한 세계와 만나고 나서 내가 얻은 선물이다.
최정옥 수유+너머 남산 연구원
[기사모음3]
| [한국사 또다른 시각] (9) 산해경(山海經)의 깊은 뜻은? | |
산해경(山海經)은 전세계 대륙에 흩어져 있는 사람과 그들의 삶을 국가적 차원에서 조사한 기록이라고 보아야 한다. 국가와 제왕들의 행적에 대해서도 기록하고 있다. 이 기록은 고대 황제(黃帝·BC 2679) 때부터 하(夏)나라 하후(夏后·BC 2224) 때까지 7대에 거쳐 455년간 쓰인 최초의 사서(史書)다.
[기사모음4]
제사상에 복숭아 올리지 않는 이유를 아세요? 고전에 대한 고정관념을 破하라! 산해경은 “좋은 사람이 되고 싶으면 이렇게 저렇게 하세요.”라고 쓰여진 책이 아니다. 그보다는 신기한 그림과 흥미를 자극하는 글들이 어우러진 일종의 그림책이다. 사기의 저자 사마천은 산해경을 보고 기이한 책이라고 평가했다. 그토록 박식했던 사마천조차 기이하다고 평했던 책. <동양고전, 2012년을 말하다> 여덟 번째 강연에서는 정재서 이화여대 교수와 산해경을 함께 읽는 시간을 가졌다.
동양 고전하면 공자님 말씀이란 이미지가 떠오른다. 이 공자님 말씀이란 이미지는 두 가지를 상징한다. 하나는 동양 고전에서 공자의 위상이다. 동양 고전하면 자연스레 떠오를 정도로 동양 철학에서 공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대단하다. 또 다른 이미지는 고리타분함이다. 공자님 말씀 좋다. 동양 고전, 동양 철학 다 좋다. 하지만 공자님 말씀이란 단어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지루함과 식상함의 냉소 또한 들어 있다. 지금까지 <동양고전, 2012년을 말하다>에서 다룬 동양 고전들은 이처럼 공자님 말씀이 연상되는, 그리하여 좋은 말들이 가득한 위대한 서적인 동시에 고리타분한 책들이었다. 그가 처음 중국 신화를 연구한다고 했을 때, 그리고 산해경을 번역한다고 말했을 때, 주변 사람에서는 한결같이 말렸다고 한다. “그런걸 왜 해?” 혹은 “그런걸 공부해 봐야 빛을 못 받는다.”식의 의견이 대다수였다. 이처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신화는 무시받기 일수였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최근에는 신화에 대한 관심도가 점차 상승하고 있다. 세상은 바뀌었다. 유럽에서는 60~70년대 이후에 신화가 다시 돌아오기 시작했고, 한국은 산업화가 끝나면서 신화가 다시 돌아오기 시작했다. 신화는 홀로 돌아온 것이 아니라 근대 시기에 억압되어 있던 몇몇 요소들과 함께 돌아왔다. 상상력, 이미지, 스토리가 그것이다. 산업화 근대화 시기에서는 합리나 이성이 중요했기 때문에 배척을 받은 것들이다. 불온한 것들의 귀환이다. 이들의 귀환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정재서 교수는 상상력, 이미지, 스토리야 말로 인문학에서 가장 중요하며 세상이 이 세 가지에 초점을 맞추면서 자연스럽게 신화가 돌아왔다고 평가한다. “상상력은 인문학 고전에 존재합니다. 그런데 고전 중의 고전이 바로 신화입니다. 우리의 상상력은 신화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신화에는 우리 뇌리에 존재하는 가장 원초적인 이미지가 담겨있습니다. 무엇보다 신화는 수 천년 간 살아남은 스토리입니다. 최근 문화 산업을 살펴보면 옛날 이야기 컨텐츠가 잘 먹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상상력의 제국주의 신화가 귀환한 건 사실이다. 대형 서점을 가보면 신화 코너가 따로 분류되어 있을 정도다. 신화 코너의 대부분은 그리스 로마 신화나 켈트 신화와 같은 서양 신화가 차지한다. 어린이용 학습 만화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서양 신화와 비교하면 동양 신화는 찾아보기 어렵다. “과연 상상력이 자유로운가?”라는 의문에 정재서 교수는 부정적인 답변을 한다. 전세계적으로 널리 퍼져있는 그리스 로마 신화나 안데르센의 동화 등을 보면 상상력 또한 제국주의화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재서는 정치나 경제적 차원에서는 제국주의에 대한 고민을 계속 해왔지만, 정작 정신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제국주의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며 우려를 표했다. 상상력의 제국주의를 설명하기 위해서 정재서가 들어준 예시는 인어이야기였다. 인어 하면 어떤 것이 떠오르는가? 보통 월트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인어공주를 떠올릴 것이다. 안데르센의 동화를 기반으로 한 디즈니 특유의 뮤지컬 요소가 돋보이는 걸작이다. 이렇게 자세하게 떠오르지는 않더라도, 인어라고 하면 아무래도 미모의 여성을 떠올릴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상하다. 인어가 꼭 여성의 형태를 가져야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산해경에 등장하는 인어 아저씨 저인의 모습은 흥미롭다. 저인은 물 속에서 비단을 짜서 시장에 내다 파는 장사꾼이다. 이따금 돈이 없을 때에는 눈물을 흘린다. 저인의 눈물은 곧 진주이기 때문이다. 세부적인 내용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서양에도 인어가 있고 동양에도 인어가 있다. 이처럼 동서양 신화를 살펴보다 보면 의외로 유사한 점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소머리를 하고 있는 반인반수도 동서양 신화 모두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동양의 소머리 인간 염제 신농은 농업과 약초에 대한 지식을 가르쳐 준 신으로 조선시대까지 숭배를 받았다. 반면 소머리 인간하면 떠오르는 크레타 섬의 미노타우로스는 결코 숭상 받는 존재가 아니었다. 오히려 퇴치해야 할 마물로 바라보았다. 이처럼 반인반수라는 점은 공통점도 있지만, 한쪽은 숭상 받을 존재로 인식되고 다른 한쪽은 배척해야 할 존재로 인식되는 차이점도 있었다. 정재서는 이런 차이가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정재서는 이 모든 것이 동서양의 세계관 차이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동양에서 말하는 이상적인 경지는 천인합일이다. 인간과 자연이 하나가 됨을 최상으로 보았다. 그렇기에 염제 신농과 같은 인간과 동물이 하나가 되어있는 형태의 신이 존재할 수 있었다. 반면에 서양은 보다 인간 중심적이다. 자연은 인간이 지배해야 할 대상이며 동물은 인간보다 열등하다가 바라보았다. 그렇기에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나오는 대부분의 반인반수는 사악하게 그려진다. 정재서는 서양의 이미지를 표준으로 타 신화를 바라보면 편견이 생길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한국은 근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서양 문화를 빠르게 받아들였다. 그 과정에서 득도 있지만 실도 있다. 동양적 상상력은 우리가 서양 문화를 받아들이면서 잃어버린 것의 대표적인 예이다. 정재서는 편견을 뛰어넘기 위해서 상상력을 다원화 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동양적 상상력을 복원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재서는 산해경 읽기를 권했다. 산해경은 어떤 책인가? 일반적으로 전국 시대에 쓰여진 책으로 알려져 있는 산해경은 그 당시의 표준적인 문화와는 다른 문화를 담고 있다. 저자도 그 당시의 지식 계층 보다는 방사들에 의해서 쓰여졌으리라 추측된다. 산해경은 동진의 곽박이 최초로 정리를 했으며 청나라 시대의 학의행이 다양한 주석들을 종합하여 산해경전소를 펴냈다. 정재서는 산해경을 신화서이자 지리서라고 설명한다. 산해경은 특정한 스토리 없이 어느 지역에 가면 어떤 것을 볼 수 있다는 방식으로 서술되어 있다. 일종의 옴니버스 형식으로 쓰여졌으며 읽다 보면 여행을 다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산해경의 독특한 내용은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그 독특함에 도연명이나 노신 등의 대문호도 산해경에 주목을 했다. 특히 노신의 경우 어린 시절 산해경을 처음 접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산해경 속 이야기 1. 신과 영웅의 이야기 제강은 이목구비가 없는 혼돈의 신이다. 동양에서 혼돈 상태를 어떻게 인식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이목구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춤과 노래에 능숙했다는 점이다. 정재서는 제강을 동양의 뮤즈라고 이야기한다. “혼돈은 창조의 에너지입니다. 복잡해 보이고 쓸모 없어 보이지만 최근의 카오스 이론을 보면 나름의 질서를 갖추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목구비가 없다는 것은 우리의 불완전한 인식체계를 뛰어넘은 상태임을 보여줍니다.” 황제는 신중의 신이다. 후대에는 인간화된 형상으로 그려지나 본래는 용의 형상을 하고 있다. 황제는 다른 종족들을 제압하고 신화시대를 평정한 중국 중심 주의의 상징이다. “황제는 우리나라로 치면 단군과 같습니다. 중국인들은 자기들이 황제의 자손, 용의 자손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에게도 친숙한 치우는 전쟁의 영웅이다. 황제와 전쟁을 해 패배했지만, 죽어서 전쟁의 신으로 숭배되었다. 많은 장군들은 전쟁을 나서기 전에 치우의 사당에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또한 조선 시대에는 단오 날에 집집마다 치우의 모습을 그린 부적을 그려 전염병을 쫓는 데 사용하기도 했다. 하늘에 떠 있는 태양을 맞춰서 떨어트릴 만큼 활을 잘 쏜 영웅 예는 비극적 인물이다. 예는 아내와 제자에게 배신을 당한다. 아내는 불사약을 훔쳐가고, 제자에게는 복숭아 방망이로 구타를 당해 죽음에 이른다. 죽은 뒤에는 귀신의 왕이 되었는데 죽을 때 얻어맞은 복숭아 방망이가 트라우마가 되어 복숭아를 무서워하게 되었다. 제사상에 복숭아를 올리지 않는 유래가 여기에서 나왔다고 한다. 동양에서 미인을 지칭하는 단어로 월궁항아(月宮姮娥)라는 표현이 있다. 여기서 등장하는 항아는 동양 최고의 여신이며 동시에 불사약을 훔친 예의 아내이다. 홀로 불사약을 훔쳐먹은 항아는 하늘로 승천했다. 그런데 승천하다 보니 신들의 진노를 살까 두려워 달로 경로를 변경했다. 항아가 달의 여신으로 불리는 이유이다. 그런데 후대에는 항아가 두꺼비로 변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정재서는 이는 유교적 이데올로기가 강화된 상황에서 아내가 남편을 배신하는 이야기를 집어넣을 수 없어서 각색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해경에서 나오는 서왕모는 산발 머리를 한 죽음의 여신이다. 재미있게도 후대에게 가서는 불노장생을 가르쳐주는 아름다운 여신으로 탈바꿈한다. 이처럼 서왕모는 삶과 죽음의 양면성을 가지고 있는 신이다. 서왕모는 곤륜산 정상에 있는 궁궐에서 사는데, 이 궁궐 안에는 요지(瑤池)라는 아름다운 연못이 있었다고 한다. 산해경 속 이야기 2. 신수와 괴물의 이야기 우리에게 익숙한 신수들의 원형을 산해경에서 찾아볼 수 있다. 여름마다 등장하는 구미호도 산해경에서 등장한다. 예나 지금이나 구미호는 요기를 가지고 있는 동물로 인식되었던 모양이다. 머리 아홉 |
관련자료
-
링크
